봄소식은 강을 타고, 섬진강과 영산강을 따라 북상한다. 봄은 산과 들녘을 연푸른 색으로 칠한다. 봄바람이 부는 3월부터 전남과 전북에는 곳곳에서 봄꽃이 시샘하며 피듯, 상춘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축제들이 곳곳에서 경쟁하듯 열린다.
지난해 3월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과 산수유사랑공원 일대에서 열린 ‘산수유꽃축제’ 모습. /전라남도 제공
◇전남, 구례·광양·여수 등지서 축제
남도의 땅에선 3월부터 봄꽃축제가 열린다. 전국 상춘객의 발길을 잡는 축제가 전남 구례, 광양, 여수, 해남 등에서 이어진다. 노란색 산수유꽃이 조롱조롱 피어나면 잿빛 겨울은 문을 닫는다. 날씨가 풀리면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봄의 전령사'다. 겨울과 봄의 획을 긋는 나무가 산수유다. 내달 중순쯤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은 샛노랗게 물든다. 지름 0.8㎝의 작은 꽃봉오리에서 20~30개의 꽃송이가 도란도란 둥글게 모여 피어난다. 다 자란 나무 높이는 7m에 달한다.
산수유나무 최대 자생지는 구례 산동면 일대 산수유마을이다. 산동면 일원 240㏊에 3만5000여 그루가 있다. 구례군은 내달 16~24일 9일간 구례산수유꽃축제를 산수유마을과 인근 지리산온천관광지, 산수유사랑공원에서 개최한다. 지리산온천관광지 초입 구례군종합관광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수유마을과 산수유사랑공원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매화나무는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엷은 분홍빛이 감도는 흰 꽃을 터뜨린다. 매화 향기는 고요한 분위기에서 '귀로 음미한다'고 했다. '귀로 듣는 향기'. 올해 광양매화축제는 내달 8일부터 17일까지 10일간 전국에서 매화가 가장 많이 피는 광양 다압면 매화마을에서 열린다.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섬진강변 곳곳에서 매화가 흰 눈이 내린 것처럼 활짝 핀다.
여수 영취산은 내달 말 연분홍 물감을 끼얹은 모습을 한다. 1960년대만 해도 산과 달을 헤매며 진달래 꽃잎으로 허기를 달랬다. 진달래 꽃잎을 올려놓은 화전을 부쳐 먹곤 했다. 여수 영취산진달래축제는 내달 29~31일 사흘간 열린다. 구례 섬진강벚꽃축제와 해남 땅끝매화축제도 내달 중 개최된다.
전남 서남권은 봄을 맞아 획기적으로 관광 인프라가 개선된다. 내달 신안 천사대교가 개통하고, 4월에는 목포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해상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한다. 전남도는 목포와 신안, 무안이 함께 참여하는 서남권 관광협의체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전남 광역순환버스 '남도한바퀴'는 섬·해양 코스를 늘린다. 봄 여행주간인 4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섬 해양 코스를 특화해 운영한다. 김명원 전남도 관광문화체육국장은 "올해가 전남 관광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4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 봄꽃축제(위)와 지난해 열린 ‘진안고원 운장산 고로쇠 축제’ 모습(아래). /순천시·진안군 제공
◇전북, 진안·정읍·남원 등지서 잇따라
지난 22일 오전 전북 진안군 주천면 운장산 자락. 주민들이 봄의 전령사인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었다. 지난달 고로쇠나무에 지름 8㎜ 크기의 구멍을 뚫고 연결한 관에서 한 방울씩 떨어져 모인 수액이 20ℓ짜리 통을 가득 채웠다. 한 주민은 "올해 고로쇠 농사는 풍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신선한 고로쇠 수액을 맛볼 수 있는 '제15회 진안고원 운장산 고로쇠축제'가 오는 3월 16~17일 진안군 주천면 운일암반일암 삼거광장에서 열린다. 축제에선 고로쇠 채취 체험, 팔딱팔딱 송어 잡기, 가수왕 선발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고로쇠 떡국, 돼지 숯불구이, 고로쇠 두부·막걸리 등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4월부터 전북은 봄꽃으로 물든다. 수령이 40년 넘는 왕벚나무 2000여 그루가 피워내는 정읍시 벚꽃축제가 4월 3일부터 닷새 동안 열린다. 정읍천 5㎞ 구간에 핀 벚꽃이 천변의 노란 개나리, 튤립, 푸른 잔디와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밤에도 경관 조명을 밝혀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대규모 불꽃 쇼와 버블 쇼, 페이스 페인팅, 공예체험, 전통놀이 등의 문화행사가 열리고 정읍의 농·특산물을 싸게 살 수 있는 직매장도 개설된다.
4월 중순부터 5월까지 남원 지리산 바래봉엔 분홍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철쭉이 지리산 능선을 수놓는다. 해발 500m에서 피기 시작한 철쭉은 5월 중순엔 해발 1000m가 넘는 바래봉(1167m)과 팔랑치(1010m) 일대까지 퍼진다. 바래봉 자락에서 피기 시작한 철쭉은 능선을 따라 고리봉까지 10여㎞가량 이어진다. 해마다 수십만명이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남원을 찾는다.
특히 바래봉 군락지에서 세걸산(1207m)까지
약 3.5㎞에 걸쳐 만개한 철쭉은 장관을 이룬다. 올해엔 하단부(해발 500m부근) 남원 용산마을은 4월 말, 중간 부분인 700m지점은 5월 10일 전후, 8부 능선은 5월 중순, 정상 능선은 5월 말쯤 철쭉이 활짝 필 것으로 보인다. 매해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철쭉제가 열린다. 축제에선 고랭지 열매채소와 산채 등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